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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아야… 몇번 흔들고 슬쩍 손 뺌…) 안 찢어지고 잘 있을테니 내 걱정 말고 잘 살기나 해. (쑤담 받고… 네 머리도 쓰담 뽀담 해준다.) 노력하면 그걸로 됐어.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어. 부끄러운 모습은… 적당히 안 본 척 넘어가 줄테니까. 포기하지만 않으면 돼. 행복해지는 거, 다른 사람 좋아하는 거, 친구 만드는 거… 뭐든.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하면서, 이 정도면 마음 좁은 백사예는 질투에 미치겠거니 할 만큼 행복하게. (웃었다.) 알았어?
졸업장 고마웠다. 바란 적은 없지만. 애초에 나는 너네 졸업시킬 생각이었지 내가 졸업할 생각은 아니었어서, 네 졸업장 보고 꽤 놀랐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고, 그 말 보고 위안을 얻는다는 게 웃기고. 네가 나한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긴 했나보지. 일전 말한 적 있지만 사는 거 쉽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이 남에게 들리고, 내가 남의 말을 듣고,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거. 그게 나한테 여간 벅찬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너 덕분에, 아니, 때문에라고 해야하나. 어찌저찌 숨은 내쉬면서 다음으로 살았지. 그거 아니었으면 진작 창문 열고 뛰어내렸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지금 내가 안식을 얻은 게 다시 없을 만큼 기쁘고, 이것만이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평온이고 안온이란 것을 인정하니 너에게 정..
05 행운인가. 이렇게 피곤한 성정으로 태어나서 지독하게 사는 거 말야, 그게 정말 행운이야? 난 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적 단 한번도 없는데. 운이라고 생각하려면 이 피곤한 생에 한 번 정도는 볕들 날이 있어야 하는데 내 삶에는 어째 내리막길 밖에 없다. 내가 너한테 변화 한번은 만들었냐, 다행이네. 나 혼자만 변하고 피곤하면 좀 억울할 것 같아서. …이상하지. 너랑 나는 이렇게 되고 나서야 대화를 좀 제대로 해보네. 웃기다. 하긴,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않나. 힘들고, 행복하고… 그런 거 다 신경쓰면 내가 너무 빨리 마모될 것 같아서 신경 안 썼어. 자연히 보고 싶거나 미련남길 만한 것도 안 만들었지. 유언남길 것도 없겠군.
04 망령 한번 제대로 붙었나보네. 나한테 붙었으면 원한이라도 좀 줄여봐, 살라더니 내가 보고 싶기라도 했냐. 저승 문턱 한번 거하게 보고 왔네. 말 더럽게 안 듣고 속 꼬인 거 나도 아는데 저주까지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아니, 됐다. 무덤에선 안 내친다더니 코 앞에서 내치는 너도 너고, 기어코 살아내는 나도 나지. …어차피 다 내 망상이고 꿈인데 투정까지 막네. 힘들고 피곤한데 어쩌겠어. 애들 앞에서 하소연은 못 하니 어디 가서 내뱉지도 못하는 너나 붙들고 얘기해야지. …점점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들이 많아져,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할 일은 늘어만 가. 내가 해야만 할 것들, 무시해선 안 되는 것들… …대체 이게 다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 버겁다.
03 … 망령 된 주제에 요구가 많다. 네 말 안 들어. 불만있으면 직접 와서 중얼거리던지. 너한테든 무덤한테든 내쳐지면… …그거야말로 나랑 어울리는 최후려나. 그제야 비로소 혼자 남겠어. 이번에야말로 그렇게 두고 봐줄건가? 부디 그러길 바라. 그만큼 내 존재에 대한 자신이나 자만이 크지 않아. 인간이 대체가능한 자원이 되는 건 너무나도 쉽고, 살아갈 자신 같은거 애초부터 없었으니 이제 와 가지기에도 늦었네. 어떻게든 살아내는 거로도 충분히 벅찬데 더한 일까지 얹어야겠어? 이이상 잘 하는 거 나한테는 불가능해. 누가 얼마나 나를 돕든 간에.
02 웃기다. 이젠 환청도 들리네. 내가 너를 지나치게 잘 알아내긴 했나보지… …자만, 그래. 자만이라도 했어야지. 네가 드디어 해냈다고, 이 무한해보이던 공허를 결국 네 뜻대로 정의했고 명명했다고 자만하고 업신여겼어야지. 내 앞에서, 승리자의 영광 같은 거라도 누렸어야지. (후드라도 눌러쓰려 손 들었다가 허공만 짚는다. 아, 그랬지. 보내주고 오는데 써버렸다. 어쩌면 나아졌을 가능성, 평온, 평화. 뭐 그런 거.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앞으로도 못 가질 것들. 이로써 나는 내가 가진 적도 없는 것들을 다시금 잃는다. 웃음 한번, 허공을 잡은 손을 얼굴 아래로 끌어와 숨을, 눈을 막고 그제서야 울음 한번 뱉는다. 한번이었나? 오래 이어졌을 수도. 그러나 울었던 적이 너무 오래되어 소리내는 법을 잊은..
01 닿지도 않을 말 해서 무슨 소용이라도 있나. (눈 깜박거리다가 대충 벽에 등 기댔다. 피곤해서 그런가, 답지 않게 청승이라도 부리게 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놈한테 허공에 말 거는 거.) 너 있을 때가 편하긴 했어. 난 뭔갈 책임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고, 어지간한 건 네가 다 책임졌지. 난 그냥 부수적인 것만 처리하면 됐으니까. 그래, 그래서, 너한테 제법 익숙해진 것 같아. 그리고 그게 끔찍했어. 뭐든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게 날 떠나거나 버리거나, 내쳐졌을 때 지나치게 슬퍼하게 되니까.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신뢰하지 않으면 배신감도 없어. 버려졌을 때의 절망감도 없지. (고개 기울이면서 눈 감는다. 웃음 흘렸다.) 이렇게 될 것 같아서 기를 쓰고 밀어낸 거였는데. 나는 실패했고,..
00 네가 되도 않는 걸 주워 섬기는 선무당 짓에 흥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몇번이고 말하지만, 그만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이래? 선을 넘지 말라고 한 건 너였는데 왜 지금 너는 계속 선을 넘으려들지? 이 삶 시작도 가혹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작은 지긋지긋하기만 했어. 내가 어떻게 끝나든, 너한테만큼은 단 한 움큼의 이해도 수용도 바라지 않을테다. (찌푸린 인상과는 다르게 한껏 올라간 입꼬리로 그렇게 말을 내뱉는다. 숨을 내쉬고 뱉는 그 잠깐마저 거슬려서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나를 내 의지 아닌 것들이 뒤흔드는 게 싫다. 너는 한결같이 나를 휘두르려 들고, 이해라는 목줄을 들고 내게 채우려 들지. 그걸 아는 한 기대는 독이고 신뢰는 무용하다. 그 와중에도, 아주 깊은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