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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you again! 이번 달 초에 돌연 은퇴를 선언한 퀴디치 월드컵 선수 제로 블라인드(21). 아직 어린 나이에 팀 내 구심점에 가까운 자리에 있던 선수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은퇴 사유를 궁금해 했다. 모두가 주목하는 샛별같은 그를 예언자 일보가 독점으로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해당 인터뷰는 1991년 9월 21일자에 질답한 것을 녹음하여 서면으로 옮긴 것임을 밝힌다. -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 우선 푹 쉬었다. 어릴 때까지 통틀어서 인생 중 가장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해본 것 같다. 훈련조차 안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휴식이 제일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 외에는 이래저래 생각만 했다.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던지, 일정으로 바빠 못 만났던 친구들을 한꺼번에 본다던지. 물론 아직 실행에 옮긴 것은..
GOTCHA! " 그래서, 이거 진짜 훔쳐온 거야? " " 으엄. 처음에는 진짜 훔쳤는데 나중에 교수님한테 달라고 땡깡부리니까 그냥 나 가지라고 주시던데? 이제 합법적으로 내 거다. " " 그거 그냥 교수님이 너한테 질려서 주신, 악!!! 물었어!!! 얘 진짜 물었어!!! " " 후. 조용히 하고 이름이나 적어라. " 제로 블라인드의 인생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그리도 찾아 헤매던 낭만일 터다. 계명성, 가장 밝은 별. 태양도 달도 아닌, 눈으로 보기에 한낱 점에 불과할 테지만 길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북극성과도 같은 것.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사소하고 하잘 것 없는 존재들. 순간에 불과한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영 인생에 이정표로 남을 순간들. 팀원들의 이름으로 가득 메워진 골든 스니치를 들어서 빛에 비춰..
Alone ' 그래서, 언니. 언니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낭만이 대체 뭔데? ' ' ⋯그거? 별 거 아냐. 그냥 너네 웃고 싶은 만큼 실컷 웃는 거. ' ‘선수가 된다고 잘난 척을 하더니, 저 꼴을 봐. 결국 발목만 붙잡고 있잖아⋯.’ ‘제로 블라인드, 그거 고집이야. 안 되는 거 알면 포기해야지.’ 그래, 저런 말도 들어봤지. 들려온 속닥거림에는 웃음이나 한번 흘릴 뿐이다.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고, 하던 거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제법 아프게 박혔던 말들이다. 고집 부리고 있는 것도 맞고 발목 붙드는 것도 맞으니까. 포기하는 건 싫었고, 바라는 만큼 손에 잡히지는 않았고.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바닥에 손톱이 박힌다. 정신차려야지. 이건 수업이고, 제대로 해야 덜 부끄럽지 않겠나⋯. ‘운 좋..
Missing: Golden Romance 제로 블라인드의 인생에는 부정 불가능의 명제가 있다. 사는 건 더럽다. 스피너즈 엔드에서 열, 호그와트에서 넷. 고작 열넷을 보내고 명제를 내세우기엔 이른가? 스스로의 인생을 돌이켜보건데 저 명제를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눈 뜰 때부터 구술해볼까. 낳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이름도 몰랐다. 구정물 흐르는 스피너즈 엔드, 먼지와 걸인, 사람만도 못한 것들이 뒤섞인 곳에서 태양이 작열하던 날에 태어났다. 길가에 버려진 갓 태어난 애를 죽일 순 없어서, 최소한의 인간성은 지키고자 한 사람들에 의해 자랐다. 맨발로 술병 깨진 자리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뛰어다니던 그 천방지축. 이름은 없어도 모두가 그 애를 알았다. 검은 머리칼에 푸르고 노란 눈을 한 그 애, 대낮에 보면 밤같아서 그리도 눈에 띄던 걔. 누구는..
앵오의 남편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tbd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낭만의 종막 일주일 전 갱신하고 온 유언장. 서머싯,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는 꽃다발 값으로 20파운드를 남긴다. 좋아하는 꽃으로 엮은 꽃다발을 사서 무덤에 바쳐주길. 나오미 아서네이셔스, 나타니엘 페리클레즈 히페리온, 다니엘 페리클레즈 히페리온, 단델리온, 데미안 프레이야 매그놀리아, 데이지 브라이언트, 디웰 아미르 체임벌린, 래넌 슈슈 이본, 레베카 발타자르 쏜힐, 레아 애플턴, 리큐르 캐셋, 릴리아나 윌리엄 로제타, 베릴 에이스 매그놀리아, 세실 미카엘 슬레이터, 세이지 커 사쿠라다-엘름, 셔리 도 반즈, 셰릴 데이브레이크 디비티에, 에밀리 로스, 에이든 루 클로드, 오로라 아바 밀러, 요한나 아리스타드 발레포르, 율리안 아론 체스터, 이아 시그너스, 클로에 코레 아이티우스, 타네시아 코제트 레이크, 프레이 ..
02 나는 죽지 않을 거야, 라벤더. 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아. 영원한 봄으로서 네 앞에 존재할게. 이 봄, 네가 마주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으니 네가 나를 떠나기 전까지 온전할거야. 해가 되어도 상관 없다면, 내가 너를 위해 살아가는 것도 두려워 말아줘. 네 말 대로, 이 동화는 죽음 따위 없이 상냥하게 끝날테니까… 펼쳐보아도, 네 기억에 새겨도 슬프지 않을 거야.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줘. 내 죽음이 너의 것이 되지 않도록 할게. 그러니, 포기하지마. 무엇이든. 단 것, 함께 하는 것, 도움받는 것… 바라고, 이뤄내. …네가 버리는 너를, 내가 챙겨줄 수 있게끔.